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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이 수정되지 않는 박제글입니다.

대학원생은 근로자일까요?

2026.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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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월부터 G 노조 J 노동조합지부 K 분회에서 "2025년 K 대학원생 노동환경 인식조사"라는 설문조사를 진행 중입니다(혹시 몰라 노조와 학교 이름은 가렸습니다). 그런데, 내용 중에 살짝 의아한 부분이 있어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여쭤보고자 이렇게 글 써봅니다.

해당 설문조사 내용 중 "대학원생 노동자성" 이라는 부문이 있습니다. 말 그대로, 대학원생이 노동자인지에 관한 인식을 묻는 부문입니다. 이 부문은 총 여덟 개 질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중 "본인의 정체성에서 노동자가 차지하는 비중"을 묻는 문항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다만, 전문을 그대로 가져오는 것은 문제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 의미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조금 수정하여 적어보겠습니다. 인용문은 원문을 그대로 가져왔음을 나타냅니다.

Q. 본인의 정체성에서 노동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어느 정도인가요? (0--100, 주관적 느낌 입력)
(지문 설명: 현행 근로기준법상 대학원생은 학업이 목적이므로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합니다. 그러나, 대학원생은 학업 외에도 조교 업무, 과제 연구 등 "지속적이고 규칙적인 노동을 제공"합니다. 또한, "대학원생의 연구는 '공부'라는 이름으로 포장"됐지만, 실은 "학위를 조건으로 강제되는 지속적 생산 활동"이며, 그 결과는 학문 체계/연구 기관의 "성과로 귀속"됩니다. 이는 분명히 "지식 재생산 체계를 유지하기 위한 노동"이며, 이에 따라 최근 "대학원생을 '학생이자 노동자'로 보는 시각"이 부상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제 생각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대학원생은 근로자로 보기 어렵다. 둘째, 설령 대학원생을 근로자로 볼 수 있다고 하여도, 대학원생에 대해 근로기준법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행정적 처리가 필요할 것이므로, 실질적 권익 증진에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셋째, 위 설문 조사의 지문(혹은 그 설명문)이 원하는 결과를 유도하게끔 설계된 것처럼 느껴진다. (이에 관하여, 비록 제 연구 분야가 user study를 많이 하는 분야가 아니라 무엇이 잘못된 건지, 또 어떻게 했어야 하는지 정확히 알지는 못합니다. 하나, 설문 참여자의 입장에서 해당 지문은 상당히 편향되어 있다고 느껴졌습니다.) 첫째와 둘째 논지에 대한 보충 설명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와 둘째 논지에 대한 보충 설명>
대학원생이 조교 업무 수행이나 과제 기반 연구 참여 등을 통해 일정한 범위에서 "지속적이고 규칙적인 노동"을 제공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대학원생의 연구 활동이 "'공부'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학위를 조건으로 강제되는 지속적 생산 활동"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애초에 학위 취득 여부는 전적으로 학생 개인의 자율적 선택에 맡겨져 있으며, 학위의 개념 또한 "어떤 부문의 학문을 전문적으로 익히고 공부하여 일정한 수준에 오른 사람에게 대학에서 주는 자격"으로 정의되어 있습니다(표준국어대사전). 따라서, 대학원생의 연구 활동은 강제적이고 타율적인 노동이라기보다는 자율적 판단에 따른 자기 계발 및 학문 수련의 과정으로 보아야 하며, 학위는 어떠한 조건이라기보다 학생이 스스로 설정한 목표로 보아야 합니다.

또한, 연구의 산출물이 "학문 체계와 연구 기관의 성과로 귀속"된다는 주장은, 자칫 그 과정에 참여한 학생 개인에게는 아무런 성과나 보상이 귀속되지 않는다는 인상을 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대학원생은 연구 부정이 없는 한, 출판물에 대하여 자신의 기여도에 상응하는 저자권(authorship)을 취득하며, 이 저자권은 학계에서 통상 다른 어떤 성과 지표보다도 핵심적이고 우선적인 의미를 갖습니다. 학계에서 저자권은 가장 기본적이고도 중요한 성과 지표로 기능하며, 이에 관하여 학문 체계나 연구 기관이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은 (연구 부정이 없는 경우) 극히 제한적입니다.

한편, 대학원생을 근로자 혹은 노동자(이하 근로자)로 간주할 경우, 관련 법령의 적용을 위해 "업무"와 "연구"를 명확히 구분하고, 그 구분 결과를 사용자에게 체계적으로 보고하는 절차가 요구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일반적인 근로자가 정해진 시간과 범위 내에서 특정 업무를 수행하는 것과 달리, 많은 대학원생은 시간적/내용적 한계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다양한 학문적/교육적 활동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특성을 고려할 때, 위와 같은 활동의 구분 및 보고는 일반적인 근로관계에 비해 훨씬 더 많은 행정적 부담과 시간/노력의 투입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저는 대학원생을 근로자로 인정함으로써 기대되는 이익이 이러한 비용과 부담을 상회하리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대학원생을 근로자로 간주하는 것이 과연 대학원생의 권리와 지위를 실질적으로 증진하는 방향인지에 대해서는 다시 검토해 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저는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대학원생은 그 성격상 근로자로 파악하기 어렵고, 설령 근로자로 본다 하더라도 그로 인한 제도적, 실무적 부담이 기대되는 이익을 초과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합니다.


글이 무척 길어졌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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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개

2026.01.20

이런 논쟁이 크게 의미없는 이유
1. 근로자라면??
==> 그렇다 하더라도 어차피 대학원 생을 보호할 법은 없음. 쉽게 만들어지지 않을거임. 기득권은 교수편이니까
2. 학생이라면??
==> 괜히 학생이라고 해버리면, 인건비/월급 받는 [명분]이 없어지고, 교수가 더 이득을 볼게 뻔함. 실제로 교수들이 올챙이시절 기억못하고 이렇게 주장함

2026.01.20

근로자의 날 때 출근 안 했다가 교수님께 호되게 혼났던 기억이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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