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겁게 연구하고, 때때로 원하는 실험 결과를 드라이브 삼아서 열심히하는 학생이 되어있었으면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아직 제가 연구에 맞는 사람인지 의문을 품고, 오늘도 맞이할 실패에 불안감으로 손발에 땀이 가득찬 상태로 매일 아침 눈 뜨고있습니다.
사실 저는 지금까지 받은 제 주제를 잘 마무리 하지 못했습니다. 석사 3기가 시작할 때까지 약 1년반 동안 원하는 성과를 내지 못하여 다른 주제로 잠시 넘어 갔었지만, 몇개월 전까지 해당 주제의 명확한 실험 방향성을 제시하지 못하였습니다. 당시 제가 많이 힘들어하여 교수님께서 처음하던 주제로 다시 해보는것이 어떠냐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리고 최근까지 처음 맡았던 주제를 진행하면서, 어느정도 원하는 성능을 내는 샘플을 만들어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논문은 아직 시작도 안했던것이더군요 ㅎㅎ.... 오로지 성능을 위해서 중구난방으로 실험을 하다보니 조건 조절한 것들에는 일관성도 없고, 옛날에 한 실험들도 지금보니 뭘 보기 위해 실험을 한건지도 애매해서 쓸만한 데이터는 하나도 없어보이고.... 그러다보니 마음이 조급해져, 실험결과가 실패할 때마다 절망하는 시간들이 지속되었습니다.
논문들을 참고하여 변수를 조절했더니, 지난달 어느정도 경향성을 보여서 이대로 비교해보겠다하고 다시 실험해보니 경향성이고 뭐고 개판이 났네요. 오늘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두달동안 쌩고생한게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있었습니다.
2년반동안 정말 열심히했다고 생각하는데, 저는 논문으로 쓸 데이터도 하나 못 만든 사람이 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이 되니 최근 우울한 생각밖에 나지않는 것 같습니다. 나는 연구가 맞진 않아도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택도없는 생각이였는지.... 그냥 열심히하는 병에 걸린 무능한 놈이였던 건지.... 생각이 많아지는 밤이네요.
생각하길 힘들어하고 몸으로 움직이길 좋아하는.... 성실한 척하는 멍청함이 얼마나 대학원에서 독이되는지 뼈저리게 깨닫고 있습니다.
표정이 너무 안좋아보인다며, 무슨일이 있냐고 물어주고 열심히 디스커션해주는 연구실 사람들과 매주 랩미팅에 시간을 할애해주시는 교수님께 정말 감사하면서도 면목이 없습니다. 이제는 논문을 쓰는 제 모습이 상상이 잘 되질않습니다.
글을 읽다보면 다른분들은 힘든 연구실 상황에서도 스스로 연구를 완성하시고 능력을 검증한채로 졸업하시는데, 저는 이 좋은 환경에서도 무엇하나 이루질 못하니 변명할 거리마저 없습니다 ㅎㅎ.
다만 그럼에도 이렇게 글을 남기는 것은, 정말 포기만은 하고싶지 않아서 입니다. 정신과 상담 후 우울증 증세로 판정받아 약도 먹어가며 생활하고있지만, 이대로 포기하면 저는 더 이상 제게 어떤 자신감도 얻지 못할 것 같습니다. 졸업까지 정말 까마득하고, 솔직히 이런 생활을 앞으로 4년이상 한다면 제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끝까지 해내고싶습니다.
두서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힘들게 학위 과정을 해 나가시는 여러분, 항상 놀라운 결과만 함께하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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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개
2026.03.11
응원합니다.
저랑 참 비슷한 면모들이 많이 보이셔서 그런지 더욱 응원해주고싶네요.
큰 위로는 아니고 진부하겠지만, 지금 하고계신 노력들이 생각보다 정말 큰 자산일겁니다.
하나 꼭 조언해주고 싶은 것은 주변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토론해보길 바랍니다. 결과에 집착하고 그러다 보니 답을 정해두고. 그 답이 안나오면 무너지고. 이게 반복되면 시야가 정말 정말 좁아지고 주변의 조언이 갈수록 희미해져갑니다.
항상 친하게 지내던 사수가 있으시다면 멀리하시고 (사이멀어지란게아닙니다) 다른 동료 선배 후배들과 적극적으로 디스커션 해보세요. 생각보다 내가 생각하는 길이 많이 다르고 부족했구나를 느끼면서 또 성장하실겁니다.
2026.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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