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방 소재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하고 있는 학부생입니다. 학점은 4.3 이상으로 유지해 왔고, 장기적으로는 응용수학 쪽 석·박사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2학년 초에 용기를 내서 한 교수님께 면담을 요청했고, 그 이후로 그 교수님 연구실에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이 교수님 밑에서 천천히 준비해서 대학원까지 가야겠다”라고 마음먹고, 지난 1년 반 정도 정말 열심히 따라가려고 했습니다. 전공 공부보다 더 열심히 하였다고 자신할 수 있습니다.
교수님 연구실에서 많은 성공사례를 봐온 저는, 이 교수님의 교육 방침이 충분히 훌륭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었고, 전공 분야 마저 제 희망 전공과 겹쳤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사이에 몇 가지 일을 겪으면서, 이제는 이 교수님을 더 이상 신뢰하기 어렵다고 느끼게 되었습니다. 제가 과민한 건지, 아니면 객관적으로도 문제가 있는 패턴인지 판단이 잘 안 돼 조언을 구하고 싶습니다.
1. 제가 겪은 일들을 간단히 정리하면 자세한 내용은 식별을 피하기 위해 조금 흐리게 적겠습니다.
제가 직접 관심 있는 주제를 정리해서 연구 아이디어로 가져간 적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해 볼 만하다”는 반응을 들었고, 그 말을 믿고 꽤 오랫동안 자료를 찾아보고 정리했습니다. 그런데 이후로는 그 주제에 대한 논의나 피드백이 거의 없었고, 나중에는 “너처럼 머리 박는 방식으로는 연구자가 될 수 없다. 내 아래에서 다시 공부를 쌓는 게 낫겠다”는 이야기로 정리되었습니다. 그동안 쓴 시간과 노력에 대해서는 따로 언급은 없었습니다.
방학 중에는(저는 교수님의 제안으로 학교 근처 원룸을 계약하여 방학동안 연구실 생활을 하였습니다.), 교수님께서 “자신의 강의 시간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번 논문 세미나를 해 보라”는 제안을 주셨습니다. 저는 이걸 큰 기회라고 생각해서 실제로 특정 논문을 정해 발표 자료를 만들어가며 준비했습니다. 나중에 메일로 “어떤 시간대/형식으로 진행하는 게 좋을지” 여쭤봤고, “수업 시간에 하면 좋을 것 같다, 나중에 다시 얘기하자” 정도의 답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 뒤로 구체적인 일정이나 방식은 더 이상 정해지지 않았고, 세미나는 결국 열리지 않았습니다.
가장 최근에는, 교수님 논문의 일부(서론, 참고문헌 관련)를 정리하는 일을 맡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이 부분을 잘 정리하면 나중에 공동 저자로 들어갈 수도 있다”는 취지로 들었습니다. 저는 이 말을 굉장히 진지하게 받아들였고, 상당 기간 동안 그 작업에 많은 시간을 쏟았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대화 과정에서, “공동저자 기준은 다른 부분(실험/테스트 등)에 있고, 서론 몇 줄 정도로는 공저가 되기 어렵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제 느낌으로는, 처음에 들었던 뉘앙스와 나중에 제시된 기준이 꽤 달랐습니다.
이 세 가지 일을 겪으면서, 공통적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꽤 큰 기대를 하게 만드는 말을 듣고,
그 말을 믿고 시간과 노력을 많이 쏟았는데,
나중에는 그만큼의 책임이나 결과로 이어지지 않은 채 흐지부지되거나, 기준이 바뀐 느낌이 들었다.
그 결과, 지금은 제 시간과 감정을 이 교수님께 더 얹어놓기가 솔직히 많이 두렵습니다.
2. 현재 상태와 고민 현재 상황은 대략 이렇습니다.
지방대 학부생이고, 전공 성적은 나쁘지 않은 편입니다.
장기 목표는 여전히 석·박사 진학입니다.
다만 현재 지도교수님에 대한 신뢰가 거의 깨진 상태라, 이분 밑에서 연구를 계속하는 것은 힘들 것 같다고 느낍니다.
다른 교수님께 이 상황을 상의해 볼까 생각도 했지만, 학과 내 관계나 추천서 등을 생각하면 조심스러워서 아직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습니다.
3. 선배님들께 여쭙고 싶은 점 이런 식으로 지도교수에 대한 신뢰가 많이 무너진 경우,
연구실에는 들어가지 않거나,
수업만 듣는 정도로 거리를 두는 선택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궁금합니다.
지방대 학부생 입장에서, 현재 지도교수와의 관계를 최소한으로 유지하면서도,
석·박 진학을 위해 준비할 수 있는 다른 전략(다른 교수님, 외부 연구, 대학원 진학 시 학교 선택 등)에 대해 조언을 듣고 싶습니다.
제가 겪은 상황에서,
제가 기대를 과하게 한 부분은 어디인지,
그리고 일반적인 기준으로 봤을 때 교수님의 대응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 어디까지인지, 냉정한 의견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한편, 당장 연구실 활동을 멈추고, 3학년 초기인 지금이라도 편입 준비를 하여 더 높은 학부를 취득하는 것이 어느 정도의 기대 가치가 있을지도 많은 고민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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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개
2026.04.12
편입하세요
2026.04.12
바빠서 그런 걸텐데, 말 바꾸는 교수 밑에 있으면 스트레스 오지게 받아서 저는 같이 뭘 못하겠더라고요. 근데 저 교수 입장에선 당연히 본인 랩 들어오는 줄 알고 있었는데 타랩간다고 하면.. 그런 건 작성자님이 잘 판단하셔야할 듯
1. 아이디어 관련은 님이 실제로 어떻게 했는지 모르기 때문에 판단하기가 어렵습니다. 2. 이건 보통 교수가 출장 등으로 인해 수업이 어려울 경우 대학원생한테 시켜 수업 땜빵으로 보통 하는 것이지, 딱히 이게 기회는 아닙니다. 오히려 잡무에 가까운거고, 원칙적으로도 교수가 직접 수업 하는 게 맞기 때문에 뭐라 할 수는 없습니다. 보통의 대학원생들도 수업 땜빵 가라고 하면 딱히 보상도 없는 것이기 때문에 귀찮아하고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이게 불이행되었다고 뭐라 하긴 애매해보이네요. 3. 원래 논문의 서론과 참고문헌을 작성하는 것 만으로 공동저자에 이름을 올리는 것은 연구윤리적으로 맞지 않습니다. 이 부분은 교수가 원칙에 맞게 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님이 그렇게 공동저자에 이름이 올라갔다고 하더라도 주저자(1저자 or 교신저자)가 아닌이상 님의 실적으로 인정받지도 않습니다. 아쉬워할 필요도 없어 보입니다.
아무튼 교수가 최종적으로 한 행동 자체는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아무튼 약속을 깼으니 신뢰를 잃었다고 한다면 또 할 말은 없습니다. 대학원은 가능한 최대한 학교 레벨을 높이시는 걸 추천합니다.
2026.04.12
2026.04.12
대댓글 1개
2026.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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